평가전이 열린 2002년 3월 27일 대표팀 스타팅 멤버들 ⓒ붉은악마

2004년 6월 2일과 5일 상암과 달구벌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형제의 나라\' 터키 국가대표팀과 우정의 한판을 벌이게 된다. 양국의 대표팀 전적은 4전 1무 3패로 터키가 우세, 지난 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0대 7의 패배를 시작으로 61년 이스탄불에서 열린 친선경기에 0대 1 패배, 2002년 3월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보훔에서 펼쳤던 0대0 무승부, 지난 한일월드컵 3,4위전에서의 2대 3 패배까지 한국의 절대적인 열세이다. 이번 두번의 경기에서 한국이 꼭 승리하여서 양팀 전적이 어느정도 평행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많은 축구팬들이 지난 2002년 월드컵 3,4위전은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필자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졌던 3월 27일 경기를 간략하게나마 스케치하고자 한다. 그곳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경기 소감, 여러가지 일 등을 함께 나누면서 “형제의 나라” 터키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께 원정에 나섰던 친구들과 맨 오른쪽이 필자 <출처-보쿰 원정단 프리챌 카페>

2002년 3월 27일, 독일 보훔 경기장에 선 붉은악마 원정단은 ‘떠~~억’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렇게도 많은 터키인들과 대형 터키 국기, 그리고 그들이 내지르는 함성, 당시까지 일반 관중들은 얌전히 앉아있고 일부 써포터들만 소리지르고 노래부르는 우리내 경기장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원정단에게 있어서 그것은 ‘두려움+놀람’ 그 자체였다. 물론 일행 중에는 98프랑스 월드컵 대 네덜란드 전 댸 그 경기장에 있었던 분들도 계셨지만, 또 99년도 중국 상해 원정에서 날아오는 물병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써포팅을 하던 나였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직접 보고서는 오그라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하긴, 보훔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우토반을 달리며, 보훔에 가까워 올수록 지나가던 차들의 70%는 터키국기를 가지고 가는 터키 사람이었던 것을 보면서 왜 이런 사태를 예상치 못하였는지…

결국 당시 리딩을 맡고 있던 리딩팀은 경기 시작 전, 미리 준비해간 일명 ‘코리안 미네랄 워터=소주’를 한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잔의 소주로 상대 관중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없앤 우리 리딩 팀은 우리 교민들의 숫자를 파악하는 것부터 그날 썹팅 준비를 시작하였다. 전체 2만 2천여 석 중 비워둔 자리는 천 좌석, 그렇다면 관중은 2만 1천명이구 이중 터키 관중은 2만명, 한국에서 날아온 붉은악마 독일 원정단과 교민들은 1천명, 1대 20의 싸움이었다. 결국 그날 원정단과 교민들에게 돌아다니면서 한 얘기는 “악으로! 깡으로! 죽도록 합시다! 우리도 여기서 이렇지만 우리 선수들은 오죽 무섭겠어요? 그러니 우리라도 힘내서 응원을 해야지요!” 였다.
당시 독일 보쿰 경기장에서의 응원모습 <출처-보쿰 원정단 프리챌 카페>

경기는 시작되었고 우리 리딩 팀은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은 원정단과 한 팀은 옆에 있던 교민들과 함께 써포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전 경기에서 이미 핀란드를 2대 0으로 이기고 있었던 대표팀이기에 비록 적지에서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고 상대가 강팀이기는 하였지만 우리는 우리 선수들을 믿었었다. 당시 교민들과 원정단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써포팅을 리딩하느라고 경기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더러, 이미 2년이 지났기에 경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후반전이 시작하고 약 25분 정도가 지나서였다. 이 때부터 터키의 파상공세가 시작이 되는데 약 10분여에 걸쳐서 우리 대표팀은 우리 진영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정말 일방적인 하프게임의 형태를 띄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발맞추어서 2만여 터키 관중들이 한목소리로 “튀르케! 튀르케!” 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그 함성 소리는 시끄럽다는 개념을 넘어서서 웅장하고 막강하였으며 관중석에 서있는 나 조차도 땅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구호도, 어떠한 써포팅 송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안 우리 원정단은 그냥 마구잡이로 “대~~한민국!!” 만을 외쳤다. 그 10분동안 다른 써포팅송도 다른 구호도 필요없이 그냥 “대~~한민국!! 대~~한민국!!” 그것만 외쳐댔었다. 비록 우리 1천명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야 2만명의 소리에 묻히겠지만, 우리가 그렇게라도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우선적으로 서있던 우리가 두려움과 웅장함에 무너질 것이고, 저기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두렵고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우리 대표 선수들에게 정말로 힘이 되고자 계속적으로 “대~~한민국!!”만을 돌린 것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0대 0 무승부로 끝나고 선수들이 우리에게 와서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히딩크 감독이 와서 인사를 하였을 때 그들의 표정에서는 “정말 당신들의 써포팅이 우리에게 큰 힘입니다”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었다.
경기 다음 날 샬케04의 홈구장에서 ⓒ붉은악마 김동환

경기가 끝나고 우리가 가져온 빗자루로 우리 자리를 청소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독일 기자는 우리 청소 사진을 찍었었고, 교민 분들이 와서 정말 수고 많았다고 악수를 청할 때 그 보람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또 경기장을 빠져 나와서, 지나가던 터키인들이 “코리아!!코리아!!”이라고 외쳐주고 우리는 “튀르케!!튀르케!!”라면서 화답하고 서로 악수하고 서로서로 기념 촬영하고 어떤 이는 유니폼 교환도 하고 하였을 때 예전 훌리건 난동으로 유명햇던 터키인들이 맞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왜 축구를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었다.

이제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이미 지난 2002년 월드컵 3,4위전에서 한차례 우정을 나눈 경험이 있는 두 팀이 리턴 매치로 다시 한번 우리들의 우정을 나누려고 한다. 경기는 경기대로 서로서로의 실력을 겨루고 좋지 않은 점을 보완하며 서로서로 발전하였으면 좋겠고 관중들 역시 서로서로 형제의 팀으로 부르는 양 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줬으면 한다. 단, 경기할 때에는 우리 대표팀에게 일방적이고 열열한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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