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사무국 해체와 회장의 역할 변화

붉은악마를 대표하는 회장의 비중도 크게 달라졌다. 매년 선거인단을 구성해 선거를 통해 뽑는 방법을 폐지하고,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회 의장이 자연스럽게 회장이 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렇게 선출된 회장은 이전과는 달리 모임 전체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은 가지지 않고 모임 운영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의 권한을 갖는다.

이 경우에는 지방에 있는 회원도 얼마든지 회장을 할 수 있다. 과거 시스템에서는 회장이 서울에 상주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평소에는 회장이 지방에 있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국가대표 경기 등 붉은악마가 참여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서울에서 일을 처리할 것이 많았다.

새로운 회칙의 내용을 소개한 공지사항에서는 붉은악마의 변화에는 유럽 서포터의 영향도 다소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월드컵 평가전때 제주에서 우리는 잉글랜드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몇 개 지역에서 각자 와서 각자 걸개 걸고 응원을 했던 그들의 모습. 1면만 붉은 색이었고, 3면이 흰색이었다. 자신의 지역을 나타내는 걸개를 걸고 응원하던 그들의 모습. 붉은악마가 생각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중앙은 없지만 각 지역 연합과 같이 각 모임들이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게 되었을 때 붉은악마는 현재의 머리만 큰 조직이 아니라 그 내실이 다져질 수 있는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붉은악마의 새로운 변화에는 향후 붉은악마를 활용해 개인 또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2002 시즌 사무국장 황태혁씨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축구회관에 있던 붉은악마 사무국 안내 표지판. ⓒ신동민

붉은악마는 축구문화의 저변확대를 목표로 한 것이지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목적을 위해 부수적으로 따라왔던 것인데, 이제는 규모가 커져 그 부수적인 사업이 본 목적과 혼동이 되는 상태까지 오게 되었다. 중앙체제를 유지한다면 계속해서 이런 문제들이 따라 올 것이며 앞으로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붉은악마라는 이름만 남겨놓고 모든 것을 분권화 시켜야 한다. 붉은악마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도 그 실체가 없다면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현재의 붉은악마의 위치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조직개편의 배경에는 직장인과 학생으로 구성된 사무국 인원들이 모임의 비대화로 중소기업 이상 가는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현실도 반영되었다. 각종 프로모션, 조직관리, 웹관리, 예산관리등의 문제는 기업이 되지 않고는 현재 동아리 시스템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붉은악마이 설립 목적이 축구문화의 저변확대를 목표로 한 것이지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는 집행부와 대의원들의 공감도 조직개편의 이유가 됐다. 지방분권적 협의체로 변신했지만 안건이 생길 때마다 오프라인에서 대의원회의를 개최할 수 없으므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해 안건을 처리한다.

특혜 포기의 의미로 단체할인표 판매를 포기하다

조직개편과 함께 붉은악마는 운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단체표 판매를 더 이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붉은악마 회원은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집단인데, 할인표 등의 특별대우는 부적절하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붉은악마가 할인표를 포기한다는 것은 조직의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수익원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익보다는 \"축구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축구의 정상적인 소비자가 되지는 못할망정 할인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욱 많았다. 2002 시즌 사무국은 할인표 포기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월드컵 이후 2002년 12월 대전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대의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회칮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사진은 사무국에서 준비한 회의 자료를 준비해 놓은 모습. ⓒ신동민

“할인표 판매는 붉은악마를 붉은악마답지 않게 만드는 요소였다. 붉은악마는 서포터로서 국가대표 축구팀의 발전을 비롯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쓴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축구협회로부터 일정한 도움을 받게 되면 그런 비판자의 입장에 서기 힘들게 된다. 그런 특권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서포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회원들도 표를 사기 위해 회원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회원 생활을 해야한다. 직장 또는 학교 생활을 하는 중앙사무국 임원들이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한 붉은악마 회원들에게 표 판매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매우 힘들어진 것도 할인표 판매 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재 붉은악마는 수익을 위해서 하는 활동이 없다. 운영을 위해 유지해왔던 할인표 판매 중지 이후, 머플러 등 응원도구 판매 역시 중단했다. 기업들과의 제휴도 가급적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적인 문제는 각 지부와 소모임들이 회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03년 3월에는 서울 대학로에 \'모임방\'을 마련하고 대한축구협회가 무상으로 제공하던 사무실을 반납했다. 대한축구협회 건물을 떠난 것은 모임의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결정이었다.
서포터는 응원하는 팀의 발전을 위해 선수와 협회(구단)의 중간에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다. 눈에 보이는 문제점이나 건의사항이 있을 때에는 팀의 발전을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무국을 협회 건물 안에 둘 경우 이런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붉은악마 집행부는 이런 점들을 고민하다 결국 협회 건물에서 나오게 되었다.

PS/ 위 글은 월드컵 이후 2004 시즌 이전까지 상황이다. 최근 붉은악마는 스폰서십 유치를 놓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머플러 판매도 재개했다. 필자는 현재 집행부 바깥의 사람이지만, 현 대의원회가 현명하게 일을 처리할 것과 구성원들이 투명한 운영을 위한 능동적인 견제활동을 할 것을 기대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 [연재] [신동민] 서포터의 탄생과 조직(2) : 12번째 선수 관리자 2004-07-12 16413
13 [연재] [신동민] 서포터의 탄생과 조직(1) : 서포터의 출발 관리자 2004-06-11 16858
12 [연재] 나의 2002년, 터키와의 평가전을 회고하며. 관리자 2004-06-02 16865
» [연재] [신동민]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3) : 회장의 역할 변화와 할인권 판매 포기 관리자 2004-05-14 15671
10 [연재] [신동민]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2) : 붉은악마 조직의 변화 관리자 2004-03-31 16110
9 [연재] [신동민] -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1) : 강력했던 사무국 관리자 2004-03-05 15490
8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7 - 프랑스 월드컵에서 배우다. 관리자 2004-02-12 16675
7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6 -네덜란드전의 울분 관리자 2004-01-27 16176
6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5 - 도쿄대첩과 프랑스 월드컵 관리자 2004-01-09 16911
5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4 - 붉은악마 이름으로 응원 관리자 2003-12-18 17231
4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3 - 프로 서포터 등장 관리자 2003-12-06 16344
3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2 - 첫 단체 응원 관리자 2003-11-03 16348
2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1 - 하이텔 축구동 관리자 2003-10-22 17310
1 [연재] ‘붉은악마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관리자 2003-09-26 16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