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경기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아쉬움이라기 보다는 오렌지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축구문화와 축구 강국 대표팀이 화려한 플레이에 자괴감을 느낀 경기라고 해야 옳은 듯 하다. 물론 이런 경험을 통해 붉은악마 회원들은, “2002 한일월드컵 때 온 경기장을 붉은색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프랑스 월드컵 원정에 참여했던 부천 서포터 강달성씨의 짧은 관전기를 소개한다. 당시 분위기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 시작 10분전. 드디어 장내 아나운서가 두 나라의 선수 소개를 시작했다. 나는 네덜란드 선수를 소개 할 때 네덜란드쪽 분위기를 봤다. 우리의 맞은 편과 좌측은 완전 \'오렌지 나라\'.

경기 시작 시간은 다 됐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우리들은 다같이 애국가를 따라 불렀고, 자랑스런 우리의 대형 태극기는 마르세유 구장의 한편을 장엄하게 덮었다.

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휫슬이 들렸다. 하늘에는 붉은색 꽃가루로 붉게 물들었고 고구려를 상징하는 \'#\'이 새겨진 붉은 깃발과 \'ALLEZ COREE\'가 새겨져 있는 붉은색 도깨비 깃발이 우리 붉은 악마들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끌려가고 있는 상황. 네덜란드 애들은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었다. 결국은 첫 골을 내주었다. 우리는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힘내라!\" \"!! !! 괜찮아! !! !! 괜찮아!\"를 외치면서 계속 서포팅을 했다. 네덜란드쪽은 한국을 약체로 봐서 그런지 그렇게 좋아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충분히 만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

두 번째 골. 경기장 분위기가 슬슬 네덜란드쪽으로 바뀌어 가고있었다.
\"!! !! 괜찮아! !! !! 괜찮아!\"...
네덜란드가 강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약한 것인가? 경기 자체가 전혀 힘 없이 풀어져 나간다. 나도 힘이 빠진다. 일단 좋다. 전반전이라도 넘기자.

전반전 종료 휫슬이 불리자 우리는 모두 제자리에 앉았다. 두 골 정도는 충분히 만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94년 월드컵때 독일전을 기억 하면서... 우리는 독일전에 세 골을 먹고 나서도 후반전에 추격하던 그 기분으로 곧 시작될 후반전을 준비 하고 있었다.

드디어 후반전 시작! 우리는 \'꼬레\'를 외치며 경기장 분위기를 우리쪽으로 끌어 보려했다. 하지만 드디어 네덜란드의 오렌지들이 발동이 걸렸다. 경기장 전체가 \"깜삐오네~ 깜삐오네~ 오레 오레 오레~\"소리가 울렸다. 우리들은 사물놀이 박자로 그들에게 대항을 했으나 전혀 안먹혔다. 지붕도 없는 경기장에서 울리는 소리. 정말 대단했다. 그 분위기를 타서 그런지 네덜란드쪽으로 이어지는 세번째골...
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장면 <출처-yahoo.com>

\"괜찮아 따라 붙을수 있어 좀더 힘을내! 독일전 때를 생각해!\"
나는 94년 독일전을 생각하고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미 경기장은 오렌지들(네덜란드)의 공간이 되버렸다. 한국 선수들의 몸 동작이 굉장히 둔하게 보인다. 평가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골을 멍하니 바라봐야만 하는가? 그 한국인만이 가지고있는 투지는 어디 갔고 자꾸 볼을 뒤로 돌리는가? 이것이 한번 해 볼만하다는 경기인가? 후~ 너무 힘이 빠져버린다. 차라리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


네번째골. 다섯번째골.

나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괜찮아라는 말도 이젠 하기가 싫어졌다. 이 광경을 보려고 이곳 프랑스까지 날라 왔는가? 아니다. 일단 지더라도 강팀 네덜란드를 상대로 멋지고 좋은 경기를 보고 응원하러 이곳 프랑스까지 온 게 아니었던가?

0:5... 스코어를 떠나서 한국 선수들의 뛰는 모습이 왜 이렇게 답답하게만 보였던가. 맞은편에서는 오렌지들의 환희를 멍하니 바라 봐야하는 우리들. 고개를 푹 숙이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 과연 졌더라도 잘 했다고 박수를 쳐줘야 할지. 아니면 달걀이라도 던져야 할지. 정말 이런 생각하기도 싫다.

하긴 거지같은 환경에서 축구를 해 왔으니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인가? 맨땅 축구, 태권 축구로 월드컵에 참여 한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가?



붉은악마 집행부로 한일월드컵을 준비할 때, 특히 네덜란드전의 충격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도 그렇게 한번 해보자. 우리도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등 별 생각을 다 했다. 물론 당시에는 4강은 꿈도 꾸지 않았다. 붉은악마의 성원을 등에 업은 대표팀이 16강, 아니 1승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부산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이 첫골을 넣고 달려 갈 때,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우리가 그렇게 울었는지 모른다.

94 미국 월드컵 독일 전에서 터진 황선홍의 골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축구 팬이 있을 것이다. 그런 애증의 선상에서, 살풀이라도 하듯 첫 골을 선사한 황선홍의 골과 이를 바탕으로 한 월드컵 1승의 감회가 남달랐다. “저 새끼 드디어 해내는구나”하는 생각으로 둘러 본 붉은 스타디움.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순간들.

Ps/잠시 이야기가 시간을 많이 거슬렀습니다. 다음 회에 다시 프랑스 월드컵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_-;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 [연재] [신동민] 서포터의 탄생과 조직(2) : 12번째 선수 관리자 2004-07-12 16420
13 [연재] [신동민] 서포터의 탄생과 조직(1) : 서포터의 출발 관리자 2004-06-11 16865
12 [연재] 나의 2002년, 터키와의 평가전을 회고하며. 관리자 2004-06-02 16871
11 [연재] [신동민]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3) : 회장의 역할 변화와 할인권 판매 포기 관리자 2004-05-14 15676
10 [연재] [신동민]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2) : 붉은악마 조직의 변화 관리자 2004-03-31 16117
9 [연재] [신동민] -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1) : 강력했던 사무국 관리자 2004-03-05 15495
8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7 - 프랑스 월드컵에서 배우다. 관리자 2004-02-12 16686
»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6 -네덜란드전의 울분 관리자 2004-01-27 16187
6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5 - 도쿄대첩과 프랑스 월드컵 관리자 2004-01-09 16918
5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4 - 붉은악마 이름으로 응원 관리자 2003-12-18 17241
4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3 - 프로 서포터 등장 관리자 2003-12-06 16356
3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2 - 첫 단체 응원 관리자 2003-11-03 16361
2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1 - 하이텔 축구동 관리자 2003-10-22 17324
1 [연재] ‘붉은악마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관리자 2003-09-26 16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