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라는 이름을 사용해 경기장에 등장한지 약 2개월 만인 1997년 9월 28일. <붉은악마> 회원들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으로 치러지는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도쿄로 떠났다.

당시 원정을 떠난 <붉은악마> 회원들은 신인철 초대 회장을 비롯해 50명 정도. 경기가 열렸던 도쿄 요요기 경기장 관중석에는 한국팀을 응원하는 관중이 약 5천명 정도가 있었는데, 그 중에는 현지 교민, 기업체의 이벤트를 통해 응원단으로 뽑힌 사람들, 그리고 연예인 응원단이 있었다. <붉은악마>는 이들과 함께 응원을 펼쳤다.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에 전해진 <붉은악마>의 응원 모습과 자비를 털어 외국까지 그들의 열성은 한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경기에는 한국팀은 일본을 2:1로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경기가 끝난 후 각 언론은 경기 소식과 함께 <붉은악마>의 열정적인 응원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극적인 승부로 인해 \'도쿄대첩\'으로 불리는 이 경기 이후 <붉은악마>는 본격적인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은 홈앤드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으로 치러졌다. 한국과 일본의 경기 1차전은 1997년 9월 28일 도쿄에서 치러졌고, 2차전은 11월1일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치러졌다. 이 경기는 결국 0:2 한국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붉은악마>는 전관중을 하나로 묶고 텔레비전을 보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도쿄대첩\'에 고무된 붉은악마는 이날 운동장을 찾는 일본인 1만명을 제외한 한국 관중 5만명 모두 붉은 유니폼을 입게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내 전광판에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읍시다’라는 홍보영상을 계속 내보내고, PC통신에서도 활발히 홍보활동을 폈다. 한 백화점으로부터 붉은색 유니폼 2천장을 협찬받아 경기 당일 입장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 일본 응원단이 들어선 자리만 빼곤 스탠드가 온통 붉은색으로 채워졌다.

당시 경기에서 <붉은악마> 회원들이 경기장에 걸어놓은 \"재일동포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은 경기장의 관중과 국내에 있는 국민들은 물론 일본에 있는 교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프랑스에 함께 갑시다(Let\'s go France Together)\"라는 현수막은 일본 축구팬과 관계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당시 일본축구협회 회장이었던 나가누마 겐은 \"붉은악마의 현수막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붉은악마 원정단 모습 <출처 - 하이텔 축구동 www.hisoccer.net>

한국팀은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거쳐 19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프랑스행을 확정 지은 뒤 당시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차범근씨는 \"본선 티켓의 수훈갑은 선수들과 <붉은악마>를 포함한 온 국민의 응원 덕\"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월드컵 한국의 경기를 앞두고 <붉은악마> 회원 75명도 국가대표 선수단을 따라 프랑스로 향했다. 한국팀은 숙원이었던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붉은악마>는 프랑스 월드컵을 계기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었다. <붉은악마> 회원들은 자발적인 분위기에서 한일 월드컵 당시 못지 않은 많은 준비를 했다. 그 중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붉은악마>를 본 한국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던 각종 응원도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은 당시 프랑스 원정에 참가했던 이은호씨의 글이다.

\'일본은 3만명이 간다고 한다. 우리는 고작 75명. 하지만 수에서 안되면 내용에서 승부를 걸 고 싶었다. 먼저 95년 응원 초창기때 동대문에서 사용했던 징을 다시 활용하기로 했다. 인철님의 아이디어로 고구려의 전통문양을 이용한 \'대고구려(大高句麗)의 손(孫)\' 깃발이 만들어지고 포항서포터이신 염승일님의 도움으로 도깨비 무늬의 붉은 악마 깃발과 티셔츠를 만들었다. 이정호님은 \'The Eastern Soccer Revolution\' 통천 디자인을 해주시고 집안의 부도로 본인이 원정을 갈 수 없게 되자 자신 이 이전에 구입한 입장권 5장을 한국사람 아무라도 입장시켜 달라며 무료로 줬다. 모든 분들이 너무 고마웠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다른 나라 응원단의 응원 모습을 보면서 축구 문화를 통해 팬들이 함께 하는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시 이은호씨의 글.

\'역전의 상황에서 멕시코 관중석은 완전히 축제분위기다. 멕시코 응원석에 서 시작한 파도가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무슨 들소떼가 오는 듯한 두두두두 소리. 순간 우리가 선 스타디움 바닥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황당함 과 함께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멕시코 쪽을 보니 모두가 파도가 오기 직전 오오오∼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구르는데 바로 이 때문에 스타디움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갑자기 머리에서 이는 전율. 정말로 정말로 대단했다. 순간 \'와아!\'하고 지나가는 파도. 다시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두두두두. 다시 흔들리는 스타디움. 그리고 \'와아\'하며 파도가 지나간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든다. 이런 게 정말로 문화라는 생각 뿐.\'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팀은 멕시코, 네덜란드, 벨기와 조별 예선을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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