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팀을 돌아가면서 응원했던 프로축구 단관 참가자들은 점차 각 팀별로 모여 한 팀만을 응원하는 서포터로 자리를 잡았고,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에는 모두 힘을 합쳐 한 목소리로 국가대표를 응원했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로팀 별로 나누어 졌던 축구동호회 모임 중 가장 먼저 서포터의 형태를 갖추게 된 곳은 유공코끼리(현 부천SK)였다. 당시 유공코끼리의 연고지는 서울이었다. 서포터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것은 선수들과 일체감을 갖는 복장을 시도했고, 통일된 구호와 노래를 불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공의 서포터들은 1995년 하이텔 회원들의 첫 단체 응원 이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들은 구단 직원이 제공한 하늘색 유니폼이나 티셔츠를 입고, 북을 들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처음으로 서포터의 형태를 갖춘 것은 유공이지만 스스로 서포터라고 말하면서 응원 조직을 만든 것은 수원삼성의 서포터다. 수원삼성 서포터는 1995년 팀이 창단되기 직전 결성 모임이 이뤄졌고, 1996년 리그가 시작됨과 동시에 화려한 응원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수원삼성의 서포터 결성에는 구단의 관심이 큰 힘이 됐다. 수원 구단 프런트는 프로경기가 열리는 동대문운동장을 찾아 축구동호회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이들 중 일부를 수원 서포터의 창단 멤버로 만들기도 했다.

뒤이어 포항, 부산 등 각 프로구단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이 속속 결성이 되었다. 프로 서포터들은 홈경기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서포터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10명도 안되는 인원이 참가하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열정만은 대군단이 부럽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회원이 2시간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부산이나, 울산 또는 광양에 원정을 떠나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1997년에 들어서면서 PC통신에서는 국가대표 서포터즈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이텔에 국가대표 서포터 전용 게시판이 생긴 4월부터 국가대표 서포터즈 구성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한국에서 처음 생기는 국가대표 서포터즈 클럽 결성은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4월 첫 운을 뗀 이후 수 개월 동안 거의 진전이 없었다. 명칭도 \'붉은악마\'가 아닌‘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즈 클럽’과 함께 ‘코리아 서포터 클럽’ 등이 혼용되었다.

현재 붉은악마의 모습 ⓒ함영민

국가대표 서포터즈 클럽의 첫 공식 응원은 1997년 6월 열린 코리아컵 대회 때부터였다. 이때 참가한 회원들은 PC통신 축구동호회 중심으로 수십 명 수준이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이 없어 옷의 색깔도 통일되지 않았다. 각자 응원하는 프로팀의 유니폼과 머플러를 들고 오기도 했다.

겉모습은 초라해 보였지만 첫 활동을 펼친 국가대표 서포터즈 클럽은 축구에 대한 상당한 열정을 보였다. 모든 회원들이 목이 터져라 한국을 응원했고, 90내내 자리에 앉지 않고 응원을 했다. 경기 후에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목이 쉬어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 전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Go West’에 맞춰 ‘한국’을 노래할 때 뭔가 찡한 것이 올라왔다. 그런 노래를 학교나 직장에서 불렀다면 주변에서 ‘애국자 났다’며 핀잔을 주거나 놀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용기를 가지고 자신이 사는 나라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노래가 끝나고 곧바로 힘차게 북을 두드리면서 ‘대한민국’을 외쳤을 때에는 잃어버렸던 우리나라의 국호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의 이름이 저렇게 멋지게 보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붉은악마 회원 K.S.Y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 [연재] [신동민] 서포터의 탄생과 조직(2) : 12번째 선수 관리자 2004-07-12 16389
13 [연재] [신동민] 서포터의 탄생과 조직(1) : 서포터의 출발 관리자 2004-06-11 16834
12 [연재] 나의 2002년, 터키와의 평가전을 회고하며. 관리자 2004-06-02 16834
11 [연재] [신동민]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3) : 회장의 역할 변화와 할인권 판매 포기 관리자 2004-05-14 15648
10 [연재] [신동민]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2) : 붉은악마 조직의 변화 관리자 2004-03-31 16080
9 [연재] [신동민] - 붉은악마의 조직 및 운영(1) : 강력했던 사무국 관리자 2004-03-05 15455
8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7 - 프랑스 월드컵에서 배우다. 관리자 2004-02-12 16630
7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6 -네덜란드전의 울분 관리자 2004-01-27 16142
6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5 - 도쿄대첩과 프랑스 월드컵 관리자 2004-01-09 16870
5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4 - 붉은악마 이름으로 응원 관리자 2003-12-18 17188
»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3 - 프로 서포터 등장 관리자 2003-12-06 16304
3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2 - 첫 단체 응원 관리자 2003-11-03 16296
2 [연재] <붉은악마>의 탄생과 발전 1 - 하이텔 축구동 관리자 2003-10-22 17261
1 [연재] ‘붉은악마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관리자 2003-09-26 16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