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에 축구동호회가 생기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무렵의 한 신문 기사 내용을 소개한다.

“최근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해 축구동호회를 조직, 저변확대에 정열을 쏟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이텔 축구동호회 양원석(22·광운대)회장이 이끄는 이 동호회는 현재 전국적으로 1백여명의 회원을 확보, `고전게임동호회\'의 자유게시판을 통해 현재 국내프로축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 각 지역의 축구 인기정도, 퀴즈풀이 등에 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고 있다. 이들은 또 22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 F.C 2002 > 이라는 축구단을 조직, 매주 일요일마다 경기를 체험한다.
이 동호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2월 중순, 컴퓨터와 축구를 접목시켜 전국적으로 축구사랑을 실천해보자던 양현덕씨의 제의에 선뜻 나선 몇몇 동호회인들이 주축이 돼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신문선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당시 하이텔 축구동 회원들 ⓒ한태일

이들은 처음 축구동호회 게시판이 없어 이곳저곳에 동호회의 결성을 알리는 통신을 보내 회원을 모집했다. 회원이 점차 늘어 1백여명이나 됐고 고교생, 대학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들은 한번에 10만명의 회원이 지켜볼 수 있는 통신망을 통해 `경기장 자주 찾기\' `경기장 질서 문란행위금지\' `축구퀴즈 풀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보내면서 축구사랑을 실천해왔다.”

역사적인 첫 단체 응원은 1995년 5월 6일 이뤄졌다. 처음 PC통신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나 첫 단체 응원을 하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첫 단체 응원 이후 꾸준히 응원이 이뤄졌다. 소속 지역이나 학교 또는 회사의 축구팀을 응원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이면서도 조직적인 응원이 이뤄진 것이다. 첫 응원 후 하이텔 축구동호회 게시판에 조성원씨가 올린 글에는 첫 단체 응원의 감격이 잘 나타나 있다.

“축구동 회원님들도 거의 20명 넘게 왔다. 우리는 죽자살자 응원을 했다. 뿔피리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 그 동안 축구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본적이 없었다. 역시 축구는 선수들의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프로라고 하면 관중들의 열광이 진짜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오늘의 응원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강제로 한 것도 아니다.”

첫 단체응원 이후 본격적으로 단체 관전이 이루어졌다. 1995년 9월경에는 단체 관전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서포터 지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골대 뒤 쪽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1995년 9월 28일 잠실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 대표팀과 아르헨티나 보카주니어스 경기 때에도 동호회 회원들은 골대 뒤에 자리를 잡고 한국팀을 응원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박충균 선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하이텔 축구동 신동일님 모습 ⓒ한태일

이들의 등장으로 축구장 문화는 많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관중들이 좌석에 앉아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치어리더들의 모습을 보며 가끔 함성을 지르는 거나, 술을 마시며 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경기가 끝나면 술병과 각목이 날아다니기도 했다.

축구동호회 회원들의 조직적인 응원을 통해 축구장의 관중들을 능동적인 참여자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함께 경기를 즐기고 좋아하는 팀의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는 공동체적 의식을 심기 시작한 것이다.

첫 단체응원 이후 꾸준한 오프라인 활동과 PC통신의 축구동호회 회원의 증가 추세 속에 1995년 12월 16일 대학로의 ‘칸타타’라는 카페에서 하이텔 축구동호회 송년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회원들은 다소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한 의견들을 쏟아내며 \'칸타타선언\'이라는 활동 지표를 정하기도 했다.

1995년 첫 단관 이후 1997년 국가대표서포터즈클럽 결성이 논의되기 전까지는 서포터다운 서포터의 등장을 준비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94년 미국 월드컵은 PC통신 축구 동호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회원도 꾸준히 늘었다.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하여 미국에서 본선 경기를 치르는 동안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은 선전을 거듭했고, 많은 국민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한마음으로 응원을 펼쳤다.

각 프로구단별 서포터가 생기기 전에 먼저 1993년 12월부터 각 프로구단별 팬클럽이 생기기 시작했다. PC통신 하이텔에 가장 먼저 생긴 프로팀 팬클럽은 포항구단의 팬클럽이었다. 1994년에는 전북 PC통신 서비스에 전북 버팔로(현 전북 현대 모터스) 서비스가 생겨 전북 팬들을 모았다. 프로팀 팬클럽은 시간이 지나면서 각 프로팀 서포터의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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