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동대문구장에 모인 하이텔 축구동호회 모습/ 출처- 하이텔 축구동 www.hisoccer.net

“우리 하이텔 축구동호회는 PC통신상의 생활체육을 정착시키고 한국축구의 활성화에 앞장서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의 일환으로 스포츠 중에 전세계 50억팬을 가지고 있는 축구란 운동으로 참된 가치를 회복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의 구현을 위해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고, 통신을 통한 축구의 보급과 통신인들 간의 유대를 도모하여 정보화 시대의 중추로서 통신 문화와 축구 경기력 향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회칙에서도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묻어 났다. 회칙 제2조 \'목적\'에서는 \"축구의 보급과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그 목적을 둔다\"는 동호회의 향후 비전을 밝혀 놓기도 했다. 다소 거창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의 열정은 이후 <붉은악마>라는 이름으로 전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초기 하이텔 축구 동호회는 친목을 도모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 했다. 회칙을 통해 \"축구클럽 활성화를 통한 축구의 참여기회를 부여 회원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그 목적으로 한다\"며 축구 동호회의 궁극적인 목표를 \'친목도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텔 축구 동호회가 결성되던 1993년만 해도 축구팬들은 변변한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프로축구의 인기는 낮은 편이었고, 국민들의 관심은 대형 A매치에만 쏠려 있었다. 결성 당시 공지사항에는 이런 고민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축구열기도 대단하여 널리 애호되고 있거니와, 청소년대표 1983년 6월 제 4회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에서는 세계의 4강에 진출한 바도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70만 명이 조기축구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 PC통신상의 축구동 개설은 어떠한가? 축구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도 한군데도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결성 이후 하이텔 축구 동호회는 1993년 9월 25일 미국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만남의 자리까지 가지면서, 축구 발전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지게 됐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언론이 하이텔 축구 동호회를 잇따라 소개하면서 축구 동호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당시 동대문구장에 모인 하이텔 축구동호회 모습/ 출처- 하이텔 축구동 www.hisoccer.net

한국에 <붉은악마>와 같은 서포터가 생기기 전에, 먼저 K리그 프로축구 서포터가 생겨났고, 그 이전에 축구팬들이 조직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조직 강화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졌다.

1993년경부터 생기기 시작한 PC통신의 동호회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각 분야의 동호인들을 하나로 모았다. 당시 PC통신 동호회에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정 동아리에 머무르면서 점차 매니아 집단으로 발전해 갔다.

온라인에서 다져진 하이텔 축구 동호회의 이론적 무장과 실천을 위한 분위기가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PC통신의 동호회의 소속원들은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오프라인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축구동아리의 경우 가장 좋은 오프라인 만남의 장소가 바로 축구장이었다.

특히 당시 프로축구에는 서울을 홈으로 둔 팀이 무려 3개였고, 덕분에 지방 경기에 비해 동대문 경기를 비교적 많이 했기 때문에 서울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던 하이텔 축구 동호회 사람들은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기 후 이들은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포장마차에서 자연스런 모임을 가질 기회가 많았는데, 이러한 자연스런 만남과 그 속에서 이뤄진 토론은 <붉은악마> 창설의 밑바탕이 됐다.

<붉은악마> 초창기 핵심 멤버들이 다수 포진돼 있던 PC통신 하이텔의 모임은 1993년 2월 22일 축구 동호회 가개설 발기인이 모집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3월 27일에는 초대 대표로 양원석을 선임하였다.

하이텔 축구 동호회 회원들의 열정은 현재 <붉은악마>의 열정만큼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모든 상황이 현재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입장이었다. 그들의 열정은 1993년 9월 10일 공표한 동호회 회칙의 취지를 적은 전문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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